|
"대기업 전기료 특혜 신중해야"…원전 PPA에 제동 건 李대통령
철강업계 "탈탄소 전환에 값싼 전력 필수"…AI·반도체로 수요 확산
사회적 비용 국민부담, 기업 독점 우려…재생에너지 목표와도 충돌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3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9.29.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http://thumb.mt.co.kr/06/2026/10/2026101216201076142_1.jpg)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기업에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이유로 제안한 원전(원자력발전) PPA(전력구매계약) 도입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정 산업·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X(엑스)에 "원전의 위험과 사회적 부담은 국민이 감수하고 그 이익만 특정 업종의 특정 대기업 몇 곳이 독점하는 이례적 특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철강업체 한 곳에 특혜를 허용하면 다른 업체들도 나설 것이고, 나중에는 다른 업종, 다른 업체들도 다 요구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원전 PPA 도입 필요성은 최근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산업계의 요구다. 철강은 국내 제조업 가운데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산업 전환의 일환으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수소를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다. 철강업계가 원전 PPA 도입을 요구하는 주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전 PPA는 기업이 원전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을 맺어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 방식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실제 비용 절감 효과는 계약 조건과 송전망 이용료, 관련 제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원전 PPA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은 제도 도입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원전 발전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직접 구매를 허용하면 해당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다른 전력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공급의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앞서 청와대가 주도한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회의에서도 원전 PPA가 거론되는 등 산업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강원·충청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산업·시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뿐 아니라 반도체와 AI 산업에서도 전력 조달 비용과 안정성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빅테크 기업이 원전 발전사업자와 별도의 PPA를 체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해외 사례는 각국의 전력시장 구조와 규제 환경이 다른 만큼 국내 도입 여부를 판단할 때 제도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PPA 확대가 원전 의존도를 높여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일 열린 '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녹색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40GW에 못 미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제도 기반을 정비하고 재정을 투입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도 검토하는 상황에서 원전의 사회적 비용 역시 정책 판단의 변수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주민 반발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대형 원전 2~4기 신규 건설을 검토 중이며, 전남 영광과 울산 울주 등이 후보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원전 전력을 기업에 직접 공급할 경우 전력 공급의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원하는 산업계의 요구뿐 아니라 원전 발전에 대한 여론과 사회적 비용,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등을 모두 고려해 편익을 따져 종합적인 정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이 원전 PPA 찬반 논쟁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그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